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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라벨 위의 연도, 빈티지

와인 라벨 위의 연도는 만든 해가 아니라 포도를 딴 해입니다. 빈티지가 무엇이고 왜 샴페인엔 연도가 없는지, 라벨에서 어떻게 읽는지 정리했습니다.

용어 사전 · findsool 편집팀 · 2026-10-04

와인 라벨에 2020이라고 적혀 있으면 대부분 "2020년에 만든 와인"으로 읽습니다. 반쯤만 맞습니다.

그 숫자는 빈티지(Vintage), 포도를 딴 해입니다. 병에 넣은 해도, 매장에 나온 해도 아닙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 1999 라벨, 가운데 숫자가 빈티지
샤토 무통 로칠드 1999 라벨, 가운데 숫자가 빈티지

병에 넣은 해가 아니라 딴 해

2020 빈티지 레드 와인이 진열대에 오르는 건 보통 2022년이나 2023년쯤입니다. 오크통에서 한두 해, 병에서도 얼마간 쉬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라벨에 수확 연도를 적는 건 와인 성격을 가장 크게 흔드는 게 그 해 날씨여서입니다. 봄 서리, 여름 가뭄, 수확 직전의 비. 같은 밭에서 같은 사람이 만들어도 해마다 포도의 당도와 산도가 달라지고, 그게 병 안에 그대로 남습니다.

라벨을 볼 때 이 숫자를 출시 연도로 읽으면 엉뚱한 결론이 나옵니다. 2023년 매대에 놓인 2020 빈티지가 3년 묵은 재고처럼 보이는 식입니다. 병에 넣은 해로 짐작하기도 쉬운데, 그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해 포도가 100%일 필요는 없습니다. EU에서는 그 해 포도가 85% 이상이면 라벨에 연도를 적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산지를 어떻게 적었느냐에 따라 기준이 갈립니다. 나파 밸리처럼 정부가 지정한 포도 재배 지역(AVA)을 적었다면 95% 이상, 주나 카운티 이름만 적었다면 85% 이상입니다.

산지를 좁게 적을수록 기준이 빡빡해지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2019라고 적힌 EU 와인에 2018년 와인이 10% 섞여 있어도 규정 위반은 아닙니다. 라벨 연도는 "거의 다 이 해의 포도" 정도로 읽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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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라벨에 연도가 없는 이유

수확철의 뫼니에 포도
수확철의 뫼니에 포도

샴페인은 연도 없는 병이 훨씬 많습니다. 이걸 NV(Non-Vintage, 논빈티지)라고 하고, 프랑스에서는 BSA(Brut Sans Année)라고 부릅니다. 여러 해의 와인을 섞어 만든다는 뜻입니다.

섞는 이유도 결국 날씨입니다. 샹파뉴는 프랑스 산지 중에서도 북쪽이라 해마다 작황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하우스마다 좋은 해의 와인을 '리저브 와인'으로 모아 뒀다가 새 와인과 섞어 매년 비슷한 맛을 만듭니다. NV를 품질이 낮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같은 하우스의 NV와 빈티지 샴페인 라벨을 나란히 놓으면 제일 먼저 보이는 차이는 연도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겉으로는 숫자 네 자리 차이인데, 그 뒤에 붙는 조건은 꽤 많습니다. 빈티지 샴페인은 한 해 포도로만, 리저브 와인 없이 만들고, 규정상 병입 후 최소 3년을 숙성합니다. NV는 15개월입니다. 하우스가 그 해를 특별하다고 판단했을 때만 나오니, 샴페인 라벨의 연도는 그 자체로 생산자의 선언인 셈입니다.

포트와인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갑니다.

그레이엄 1985 빈티지 포트, 수확 연도와 병입 연도가 함께 적힌 라벨
그레이엄 1985 빈티지 포트, 수확 연도와 병입 연도가 함께 적힌 라벨

빈티지 포트(Vintage Port)는 생산자가 좋은 해라고 '선언(declare)'하고 포트와인 협회 IVDP의 승인을 받아야 붙일 수 있는 이름입니다. 병입 기한도 수확 뒤 몇 년 안으로 정해져 있어서, 위 그레이엄 1985 라벨처럼 수확 연도와 'BOTTLED IN 1987'이 나란히 찍히기도 합니다. 빈티지를 설명하기엔 솔직히 이 라벨이 제일 친절합니다. 연도 두 개를 다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차트 점수는 지역 평균입니다

"2015년 보르도가 좋았다더라" 같은 말은 대개 빈티지 차트에서 나옵니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의 보르도 좌안(메독·페삭레오냥) 레드 차트를 보면 2010년이 99점, 2021년이 84점입니다. 같은 지역인데 15점 차이입니다.

그런데 이건 지역 전체 평균입니다. 같은 해라도 생산자마다 결과가 들쭉날쭉하고, 점수 자체도 오래 둘 만한 고급 와인을 기준으로 매깁니다. 최근 빈티지 점수는 배럴 샘플이나 제한된 시음에 기반한 잠정치입니다.

차트를 볼 때 저는 점수보다 그 차트가 어느 지역 기준인지를 먼저 봅니다. 보르도 좌안의 99점을 칠레 와인 라벨의 같은 연도에 갖다 대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마트에서 1~3만 원대에 파는 와인이라면 빈티지는 크게 신경 쓸일이 아닙니다. 대개 출시 후 몇 년 안에 소비되도록 만들고, 대형 생산자는 여러 밭의 포도를 섞어 편차를 줄입니다. 오히려 볼 건 신선도입니다. 값싼 화이트에 유난히 오래된 연도가 붙어 있다면 좋은 해라서가 아니라 오래 안 팔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빈티지를 진지하게 따져 볼 만한 건 보르도, 부르고뉴, 바롤로 같은 장기 숙성형 와인, 그리고 이름에 빈티지가 붙는 샴페인과 포트 정도입니다.

라벨 숫자가 수확 연도인지 병입 연도인지 바로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findsool은 라벨 사진 한 장으로 술 이름, 종류, 산지, 대략적인 가격대를 정리해 주는 무료 웹앱입니다. 아래는 빈티지가 적힌 와인 라벨을 findsool로 조회한 화면입니다.

숫자 네 개짜리 연도치고는 붙은 규칙이 꽤 많습니다. 표기 전체는 와인 라벨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집에 있는 병도 라벨 사진 한 장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벨 사진으로 찾아보기

가격은 판매처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이 글은 만 19세 이상을 위한 정보입니다.